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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가정

처음 만남

“안녕하세요~!”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배꼽 인사를 한다. 7살 사내아이.
그녀와 두 번째 만남. 정식 데이트는 오늘이 처음이다.

6살 진검


온라인상에서 그녀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시댁에 가고 싶어요’. 

나는 결혼할 여자를 찾고 있었다.

재혼 소개 사이트에서 그녀의 “시댁에 가고 싶어요’라는 글에 절반은 넘어갔다.

나도 처가에 가고 싶었다.
클릭 후 나타난 그녀의 사진. 첫눈에 내 여자임을 알았다.

데이트 중 통화 내용이 들렸다. 집에 혼자 있는 그녀의 아들이 다친 모양이다. “
많이 다치지는 않은 모양이지만 이 상황에 우리 둘만의 데이트는 아니다 싶었다. 그렇게 해서 처음 만났다.

아이는 아빠 얼굴도 모른다고 한다. 만나던 사람이 있었고, 임신이 되었고, 그래서 결혼을 서둘렀는데....
심장마비로 그녀는 미혼모가 되었다.

 주변에서는 다들 아이를 낳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럴 용기가 없었단다. 그저 낳아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고.

조금은 어색한 인사를 하더니 엄마 곁으로 간다. 

저녁을 같이 먹었다. 메뉴는 아이가 먹고 싶다는 고기로.

 

안산 중앙역 근처 식당가 고깃집으로 갔다.

급하게 몇 점 집어먹더니 식당 밖으로 뛰어나간다.

같이 있기가 어색했는지 식사하는 내내 계속 들락날락한다.

식당 밖 도롯가에서 한참 뛰놀다가(그사이 우리는 아이 아빠 이야기를 나눴다.) 들어온 아이는 첫 만남인데도 전혀 서먹해하지 않는다.

농담으로 아빠라고 불러보라고 했다.
“아빠~!”
바로 나오는 “아빠~!”
순간 놀랐다. 한숨도 안 쉬고 바로 아빠라고 부르는 것이다. 마음이 아프다. 반갑기도 했다. 그런데, 마음이 아프다. ‘얼마나 아빠라는 말이 불러보고 싶었으면….’
처음 인사하고 잠시 식사같이 한 것이 전부인 나에게 ‘아빠’라고 그렇게 한순간의 주저함도 없이... .

용인 자연농원 사파리에서



아이가 아주 활달해 보인다는 내 말에 그렇지 않다고 한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말도 잘 안 한다고. 

본인 앞에서는 아빠 얘기는 하지도 않는다고.

또 마음이 아프다.

우리 큰아들과의 첫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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